안녕하세요! 8월 한 달 잘 지냈나요? 저는 그동안 밀렸던 일도 하고 충전도 하면서 보냈는데, 매주 쓰던 레터를 쉬니까 묘하게 허전하더라고요. 당신도 월요일마다 메일함에 날아오던 카페 이야기가 없으니 조금은 허전했을까요?

9월의 시작과 함께 ‘소설가의 카페’가 돌아온 오늘은 또 다른 의미에서 기쁜 날입니다. 바로 제 두 번째 소설집 《멜론은 어쩌다》가 출간되었거든요.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를 비롯해 근년간 발표한 8편의 단편을 모았어요. “갓 씻어낸 제철 과일처럼 신선한 상상력과 곧 그 껍질을 저며낼 칼처럼 예리한 시선이 공존하는 이야기”라는 박서련 작가님의 멋진 추천사를 받았습니다. 환상의 세계에서 위트와 풍자를 담은 필치로 현실의 차별과 소외를 이야기하는 책이랍니다.

멜론은 수록작 〈노 어덜트 헤븐〉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인데요. 표지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지 않나요? 어느 독자님 표현에 따르면 “끝나지 않은 여름 같다”고 해요. 달콤하고 청량하면서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표지여서, 이런 표지를 가질 수 있어서 저자로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멜론은 어쩌다》 출간 기념으로, 오늘 레터는 멜론 디저트 카페 특집으로 꾸려봤어요. 다양한 메뉴를 준비했으니 재미있게 맛보시길!

가로수길 ‘이치 서울’ 멜론 케이크

이치 서울은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카페인데요. 멜론 케이크, 수박 코코넛 빙수, 무화과 쑥 얼그레이 파르페가 유명해요. 저는 멜론 껍질을 그대로 활용해 커다란 멜론 조각을 형상화한 듯한 케이크 사진을 보고 매료되었어요. 자연물을 가공해서 다시 자연물을 모방한다는 발상이 재미있지 않나요? 과연 맛은 어떨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우선 멜론 자체가 굉장히 달고 시원하고 맛있더라고요. 좋은 멜론을 쓰는 것 같았어요. 시트에도, 크림에도 멜론향이 배어 있어서 먹는 내내 멜론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케이크에 들어간 과육이 큼지막하고, 케이크를 잘라 먹기보다는 떠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과일과 시트와 크림을 한번에 먹지 못하고 따로따로 걷어내듯 먹게 되는 불편함이 있었어요.

카페는 소리가 좀 울리고 손님이 많아 시끄러우며 주말에는 웨이팅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58길 21 2층

⏰ 영업시간: 매일 12:00~23:00 (일요일은 ~22:00)

☎️ 전화번호: 070-4647-2279

💻 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ichi_seoul/

연남동 ‘바나나 하루키’ 빈티지 메론 케이크

홍대 앞에서 제가 즐겨 찾는 케이크 전문점 바나나 하루키. 늘 다양한 제철 과일로 귀엽고 맛있는 케이크를 만드는 곳인데요. 저는 새큼한 레몬 요거트 크림이 일품인 ‘퓨어 레몬’과 키위와 샤인머스캣으로 여름의 싱그러움을 표현한 ‘여름의 맛’을 좋아해요. 그리고 이번에는 ‘빈티지 메론’을 주문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동그랗게 깎아낸 멜론 덩어리. 너무 귀엽지 않나요? 시트와 멜론이 겹겹이 쌓인 모양도 단정하고 예쁘고요. 한 입 먹어보니 맛이 감탄스러웠어요! 우선 크림 자체가 굉장히 고소하고 맛있고, 촉촉하고 폭신한 바닐라 시트와 향긋하고 과즙 가득한 멜론의 밸런스가 환상적이었어요.

바나나 하루키도 인기 맛집이라 손님으로 붐비는 편이에요. 혼자 책 읽으러 가기보다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방문해보시기를 추천!

🏡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38길 6 3층

⏰ 영업시간: 화수목금토 12:00-22:00 일 12:00-21:00

☎️ 전화번호: 0507-1401-4823

💻 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banana_haruki

연남동 ‘스윗 헤르츠’ 메론 소다

멜론 디저트 하면 메론 소다를 빼놓을 수 없죠. 일본에서 즐겨 마시는 음료 메론 소다는 멜론향을 첨가한 탄산 음료인데, 보통 아이스크림과 체리를 올려서 먹어요. 일본을 대표하는 음료로 한국에서도 일본풍 카페에 가야 맛볼 수 있는데요. 스윗 헤르츠도 그런 카페 중 하나랍니다. 메론 소다 외에도 후르츠 산도, 푸딩, 멜론 케이크, 캔디 소다 등을 판매해요. 노란색과 체크무늬 패브릭을 사용한 인테리어와 가게 곳곳을 장식한 장난감과 인형, 일본 빈티지 소품 도 귀엽습니다.

메론 소다에 진짜 멜론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멜론향과 탄산의 청량함이 목을 상쾌하게 씻어주기엔 충분하죠. 앙증맞은 비주얼도 눈을 즐겁게 해주고요! 가지 않은 여름의 열기를 메론 소다로 식혀보는 건 어때요?

🏡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34길 3 2층

⏰ 영업시간: 수목일월 13:00-22:00 금토 13:00-22:30

☎️ 전화번호: 0507-1342-7489

💻 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sweet_hertz/

연남동 ‘모리노팡’ 메론빵

일본의 진짜 메론빵에서는 멜론 맛이 안 난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우리나라에 들어온 메론빵은 멜론향을 첨가하거나 멜론 크림을 넣는 경우가 많지만, 원래 메론빵은 반죽에 넣은 칼집 무늬가 멜론 껍질 같다고 해서 메론빵이라고 부를 뿐이지 실제로 멜론이 들어가진 않는다고 해요.

저는 그다지 전통주의자는 아니고 맛있으면 다 오케이라고 생각해서 멜론맛 가득한 한국식 메론빵도 좋아하지만, 모리노팡이라는 일본식 빵집에서 멜론 없는 메론빵을 판다고 하길래 찾아가봤습니다.

메론빵 코너 라벨에 “메론빵에서 메론을 찾으시면 안 돼요 ㅋㅋ”라고 적혀 있어서 웃었어요. 가격이 2,200원이라 저렴했는데, 전형적인 메론빵의 격자무늬가 선명하진 않아서 비주얼은 좀 아쉬웠어요. 사와서 집에서 먹어봤는데, 달콤하고 폭신한 빵에 입 안에서 바스러지는 부드러운 버터 쿠키를 먹는 듯한 맛이었어요! 커피랑 같이 먹으니 찰떡 궁합이더라고요. 안 질리는 맛이라서 두고두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리노팡에는 메론빵 외에도 귀여운 빵이 잔뜩 있었어요. 인테리어가 아늑하고 테이블도 꽤 있으니 느긋하게 빵 드시고 가셔도 될 것 같아요.

🏡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로5길 42 1층

⏰ 영업시간: 화수목금 7:30-20:00 토일 11:00-20:00

☎️ 전화번호: 0507-1334-1360

💻 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morinopan_bakery

이중에서 어떤 디저트가 《멜론은 어쩌다》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나요? 또는 이 외에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멜론 디저트가 있나요? 궁금해요!

그래서 이벤트를 열기로 했어요.

• 응모 기간: ~9월 7일 자정까지
• 당첨자 발표: 9월 8일

레터에 대해 어떤 말이든 하고 싶으시면 답메일을 보내주셔도 좋고, 익명 투고함 (https://spin-spin.com/potsofbasil)을 이용해주셔도 좋아요. 언제든 의견 남겨주시면 답변할게요.

참, 그리고 7월에 유료 구독자 전용 엽편 선물을 빠뜨려서 이번 레터에 함께 동봉했어요. 〈조퇴〉라는 제목의 에세이예요.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라며, 저는 다음주에 또 돌아올게요!

추신: 이번 레터는 전체 무료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