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레터는 무료, 유료 구독자 모두에게 발행됩니다.)

‘소설가의 카페’ 레터를 시작하고부터 꼭 다뤄야겠다고 벼렀던 카페를 드디어 오늘 소개합니다. 바로 서울 상수동에 위치한 이리 카페예요.

이리 카페는 2004년 개업하고, 2009년 지금 자리로 이사와서 쭉 영업중인 오래된 카페입니다. 그리고 그 긴 세월 동안 홍대 앞 예술가들의 소중한 터전이 되어주었지요. 이리 카페의 인스타그램 계정 소개글에는 “음악, 미술, 글쓰기, 영화 등 우리는 가리지 않고 존중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말 그대로 다양한 방면의 예술가들을 두루 품어왔어요.

왜 이들이 이리 카페를 사랑할까요?

무엇보다도 이곳이 작업하기에도, 예술에 관해 대화하기에도 무척 좋은 공간이기 때문일 거예요.

첫째, 이리 카페에는 문학, 인문학, 만화, 잡지 등 여러 분야의 책이 갖춰져 있어요. 예쁘고 세련되어 보이는 신간 도서만이 아니라, 세월의 향기가 풍기는 오래된 장서들도 있죠. 사려 깊은 주인이 운영하는 헌책방에 들어온 듯, 한 권 한 권 둘러보다 보면 생각지 못한 멋진 책을 발견할 수 있을 법한 서가입니다.

둘째, 벽에 여러 위대한 예술가와 사상가 들의 초상이 붙어 있어요. 랭보, 보들레르, 이상, 기형도, 커트 코베인, 나혜석 등의 흑백 사진들 아래에 있노라면, 우리에게 귀중한 지적, 문화적 유산을 물려준 대가들의 기운을 받아서 없던 영감도 생겨날 것만 같아요. 집필도 평소보다 더 잘 되고, 책도 잘 읽히고, 어떤 주제로든 즐겁고 유익한 토론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할까요.

‘황야의 이리’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제목이기도 한데, 이리 카페의 이름도 바로 거기서 따온 거라고 하더라고요. 개와 달리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고 자립한, 고독하지만 강인한 존재. 《황야의 이리》 속 주인공 하리 할러도 타국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외로운 인물이었는데요.

이리 카페는 이처럼 고독한 이리 같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달리며 창조력을 펼칠 수 있는 황야 같은 공간인지도 모르겠어요.

이리 카페의 사장인 김상우 님은 시인이자 드러머입니다. 스스로 예술을 하시는 분이니까 이런 멋진 공간을 꾸릴 수 있었던 거겠지 싶어요. 종종 연주회, 북토크, 전시회 등의 행사가 열리기도 한답니다.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yricafe/)을 팔로우하시면 소식을 접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리 카페는 현재진행형이지만, 저는 이곳에 오면 한창 청춘의 방황을 하던 대학생 시절 이곳에서 예술하는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놀던 생각이 많이 떠올라요. 시 쓰는 친구들과 함께 문학계의 구태와 부조리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던 시간, 옆 테이블의 다른 손님들은 가스통 바슐라르의 꿈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죠. 이번 레터 취재를 위해 최근 방문했을 때에는 《이터널 선샤인》 영화 OST로도 유명한 벡(Beck)의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이 배경음악으로 나왔는데, 그 영화가 개봉해서 한창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2005년 당시가 떠올라서 아련해지기도 했어요.

당신이 예술가이든 아니든, 이리 카페에 오시면 우리를 살게 하고 꿈꾸게 하는 예술의 힘을 누리실 수 있을 거예요. 어쩌면 이 레터도 당신에게 그런 힘을 조금이라도 안겨주고 있을까요?

☕오늘부터 3차 유료 구독 신청이 오픈됩니다. 이번 신청 마감은 11월 2일 자정까지예요!

https://forms.gle/TTQhj8Vi3azML5um8

🏡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27

⏰ 영업시간: 매일 11:00 - 24:00

🚗 매장 앞 2대 주차 가능

☎ 전화번호: 02-323-7861

💻 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yricafe/

🚻 내부 화장실/ 청결함/ 핸드워시 비치

🐶 반려견 동반 가능

📅 마지막 방문일: 2025년 10월 25일

☕ 메뉴:

🧳 근처에 가볼만한 곳: 상수역 근처에 ‘맛이차이나’라는 중식당이 있습니다. 여기도 꽤 역사가 오래된 집인데, 탕수육과 크림 새우가 유명하고 정말 맛있어요. 깔끔하고 매장이 커서 단체 모임하기에도 좋아요.